제주 서귀포의 카페에서 우연히 오래된 잡지 속 비씨커피를 다시 발견하고 나니, 다른 기록들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은 모든 것을 기억하는 것 같지만 사실 꽤 잘 잊어버린다. 문을 닫은 웹사이트가 있고, 검색에서 밀려난 기사가 있고, 제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면 다시 찾기 어려운 영상도 있다.
그래서 웹에 공개되어 있고 지금 확인할 수 있는 비씨커피의 기사, 인터뷰, 잡지, 영상과 전시 기록을 한곳에 모았다. 같은 연합뉴스 기사를 옮겨 실은 페이지는 하나의 기록으로 묶었고, 미국과 유럽의 동명 브랜드는 제외했다.
비씨커피는 무엇이었나
BICI는 스페인어 bicicleta에서 온 자전거라는 말이다. 비씨커피는 자전거 뒤에 변형 가능한 커피바를 달고 이동해, 사람들과 만나는 장소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내렸다.
자전거와 커피를 붙인 이유는 복잡하지 않았다. 둘 다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웹에 남은 기록을 시간순으로 다시 보니, 이것은 이동식 카페 하나를 만드는 일보다 조금 더 컸다. 자전거를 이동수단에서 공간으로 바꾸고, 커피를 음료에서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로 바꾸는 실험이었다.
2012 — 제주에서 만든 최초의 커피바
마르쉐@의 2014년 출점 소개에는 비씨커피의 최초 커피바가 2012년 제주에서 제작되었다고 적혀 있다. 가능한 거리는 자전거로 이동하고, 싱글 오리진 커피를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소개한다는 태도도 함께 기록되어 있다.
2013 — 움직이는 커피바가 영상과 잡지에 남다
2013년 5월 홍대에서 운영한 커피바의 짧은 영상이 Vimeo에 남아 있다. 설명은 단 한 줄이다. “I RIDE COFFEE BAR, HONGDAE, MAY 7TH.” 길지 않은 영상이지만 비씨커피가 실제로 어떻게 거리와 만났는지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기록이다.
같은 해 11월에는 프로파간다의 독립잡지 BICYCLE PRINT 2호: 자전거와 수집가에 ‘자전거에 커피 바를 매달고 서울을 누비는 카페’로 실렸다. 자전거 자체보다 자전거와 관계를 맺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한 잡지였다.
2013년 매일경제의 경의선 프로젝트 ‘늘장’ 기사에도 비씨커피가 별도의 자전거 커피바로 소개됐다. 직장을 그만두고 재미있는 일을 구상하다 자전거 커피바를 만들었고, 제주부터 서울 광화문까지 이동했다는 당시의 설명이 남아 있다.
2013–2014 — 비씨커피 스테이션과 자전거 카페
이동하는 커피바에는 돌아올 정거장이 필요했다. 종로구 원남동 사거리의 작은 공간에 비씨커피 스테이션을 열었다. 바이크매거진은 이곳을 ‘자전거 타는 커피 bar의 정거장’이라고 소개했다. 간판이 없다는 질문에 “자전거가 있잖아요”라고 답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2014년 연합뉴스 기사는 이동식 트레일러 ‘범블비’, 한강 자전거도로와 마로니에공원에서의 운영, 뉴욕 킥스탠드 커피에서 받은 영감, 원남동 스테이션을 비교적 자세히 기록했다.
자전거나 커피도 음악처럼 라이프스타일의 하나라고 봅니다.
2014 — 마르쉐와 라이프사이클
비씨커피는 마르쉐@혜화에서 필터 커피와 에어로프레스를 내렸다. 일회용 컵을 사용하지 않았고, 텀블러를 가져온 사람에게 작은 동전을 돌려주는 방식도 소개되어 있다.
자전거 커피바는 김종범 작가의 ‘라이프사이클’ 프로젝트와도 연결되었다. 이동형 씨앗가게, 움직이는 정원 같은 작업과 함께 자전거가 개인의 생활 방식과 기능을 결합하는 도구로 전시됐다. 전시 프로그램에는 비씨커피와 다양한 원산지의 커피를 직접 추출하고 나누는 워크숍도 있었다.
2015 — 페스티벌과 동네 장터
뷰티풀 민트 라이프에서는 ‘비씨커피 라이더의 커피 놀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음악 페스티벌 안에서 자전거 커피바와 맛있는 커피 추출 방법을 소개한 기록이다.
같은 시기 원남동 이웃들이 함께 연 TWL 만추장 기록에는 싱글오리진 브루잉 커피, 콜드브루와 함께 비씨커피 로고 캔버스 백이 등장한다. 커피바가 음료를 넘어 작은 브랜드 물건으로 확장되던 장면이다.
2015 — bear Vol.1 Coffee와 BICI COFFEE riding

2015년 6월 출간된 bear Vol.1 Coffee에는 ‘바람이 머무는 자전거 카페’라는 제목으로 비씨커피 인터뷰가 실렸다. 자전거를 타고 나가 커피를 팔던 이유, 커피바 아이디어, 커피와 다른 스토리를 연결하려 했던 생각이 여러 페이지에 남았다.
같은 해에는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비씨커피를 담은 필름 BICI COFFEE riding이 공개됐다. 공간 안의 카페보다 움직임 자체가 브랜드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기록이다.
2016–2017 — 동네 가게, 네온사인, 미술관
싱글즈는 원남동의 가게들을 소개하며 비씨커피를 ‘좋아서 만든 커피와 자전거’라고 표현했다. 직접 찐 고구마와 직접 만든 캐러멜 시럽처럼 작은 메뉴의 태도까지 기록했다.
아레나의 네온사인 기사에는 비씨커피 스테이션의 “As Long As It Last”가 등장한다. 낮에는 카페, 밤에는 맥주와 칵테일을 파는 공간으로 변하던 시기의 기록이다.
김종범 작가의 라이프사이클002_비씨커피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전시 미각의 미감에도 포함됐다. 개인의 이동형 커피바가 도시의 음식 문화와 관계를 다루는 미술관 전시 기록으로 이어진 셈이다.
2017년 TWL 춘우장에도 원남동의 이웃 브랜드로 참여했다. 당시 기록에는 비씨커피의 웹사이트와 따뜻한 브루잉 커피, 콜드브루가 함께 남아 있다.
2018 이후 — 다음 프로젝트 안에 남은 비씨커피
2018년 춘우장 기록에는 비씨커피의 브루잉·콜드브루와 함께 서울허니카페오레, 도시양봉 꿀이 등장한다. 자전거와 커피의 이야기에서 벌과 꿀의 이야기로 관심이 옮겨가는 중간 장면처럼 보인다.
이후 아뻬서울 인터뷰에서도 비씨커피는 첫 카페이자 다음 프로젝트의 출발점으로 다시 등장한다. 원남동 비씨커피에서 옥상 양봉을 시작하고 꿀을 활용한 메뉴를 개발했던 경험이 아뻬서울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지금 남아 있는 공식·개인 기록
아카이빙을 하며
당시에는 자전거에 커피바를 매달고 다닌 일이 하나의 프로젝트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냥 좋아하는 두 가지를 붙였고, 커피를 마실 사람을 찾아 움직였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남긴 기사와 영상과 전시 기록을 모아 놓으니 하나의 모양이 보인다. 이동하는 가게, 작은 정거장, 독립잡지, 시장, 미술관, 그리고 다음 브랜드.
내가 한 일을 내가 전부 기억할 수는 없다. 그래서 아카이브가 필요하다. 기록은 과거를 박제하는 일이 아니라, 흩어진 점 사이에 뒤늦게 선을 긋는 일이다.
이 목록은 2026년 8월 공개 웹 검색으로 원문 또는 서지 정보가 확인된 기록을 기준으로 작성했다. 검색되지 않거나 폐쇄된 페이지, 비공개 SNS 게시물과 오프라인 자료는 빠져 있을 수 있다. 추가 자료를 발견하면 계속 보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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