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 소믈리에는 순혈주의 같은 관점에서 꿀을 분석하고 발견하여
그 기초가 창의적으로 응용 되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허니 센서리에서 아카시아 꿀은 아카시아 꿀의 특징이, 밤꿀은 밤꿀의 명확한 특징이 나타나는 전형적인 색과 맛과 향을 가지고 있어야 좋은 싱글오리진-모노 플로랄(Mono-Floral)* 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잡화꿀(Multi-Floral)의 경우에도 여러 가지 꽃의 넥타가 우연히 재탄생되어(꿀벌의 블랜딩) 긍정적인 특징을 가지게 되면 정량화된 평가 항목의 점수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꿀의 품질에 대한 높은 점수를 매길 수 있게 된다.

허니 테이스팅
그러나 너무 오래된 벌집(honeycomb)에서 채밀*한 꿀, 양봉 내검* 작업 전후에 훈연기*의 연기를 너무 오래 받아서 훈연된(smoked)꿀, 보관-이동-소분 과정에 컨테이너나 파이프의 플라스틱 또는 금속의 성분이 스며든 꿀, 수분이 많아서 발효가 시작된 꿀 등은 결함이 있다고 말한다.(defect)
그런데 이것을 다른 각도로 생각해 보면 의도를 가지고 결함(?ㅎㅎㅎ)을 적용해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 경우에는 결함이라고 말하지 않고 재창조 또는 편집했다고 말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바닐라빈을 인퓨징한 꿀
좋은 베이스가 될 꿀에 특정 재료를 넣어서 그 재료 특성을 우려내고, 햄을 훈연하듯이 꿀에 연기를 먹일 수도 있다. 일부러 수분과, 과일 등을 섞어 발효시켜 새로운 종류의 소스를 만들 수도 있다. 이렇게 나오는 결과물들은 디펙트된 꿀이지만, 전혀 새로운 재료로 재탄생한 것이다.
많은 식재료와 음식 씬에도 이른바 ‘순혈주의’같은 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각각의 뿌리를 알고, 응용을 하기 위한 기초로써 역할과 필요와 의미가 있지만, 때로는 발전적인 확장을 막는 답답한 아집이 될 수도 있다. 허니 소믈리에로서 생각하고 활동하다 보니 가끔은 순수한 꿀에 대해서 집착하는 경우도 있다.
조금 더 엉뚱한 관점으로 사람들이 더 재미있게 꿀을 즐길 수 있게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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