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은 서서히 다가온다.

댁의 꿀벌은 안녕하십니까?!

올해 초 우리나라에서 ‘꿀벌이 사라졌다’는 뉴스를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는데, 옥상의 꿀벌들은 안녕하신가요?”

“꿀벌이 멸종되면 인류도 멸망한다는데 사실입니까?”

“왜 그런 건가요?”

그래서 최근에는 만나 뵙는 분마다 저에게 여러 가지 관련된 질문들로 인사말을 걸어오시기도 합니다.

환경운동가나 학자는 아니지만, 꿀과 벌을 주제로 이야기 나누는 사람으로서 평소에 소통하는 양봉가님들과 연구자들에게 근황을 여쭙고 정보를 업데이트해서 걱정스러운 안부 인사에 대한 제생각을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실종 (군집 붕괴 현상, CCD: Colony Collapse Disorder)

꿀벌들이 바이러스나 기생충에 감염되거나 살충제에 급성 중독되어 종종 떼죽음을 당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벌통 안 바닥이나 문 앞에 꿀벌의 사체를 분석하여 죽음의 원인을 확인할 수 있으며, 원인에 따른 조치를 즉시 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2006–2007년 겨울 동안 미국의 일부 양봉가들은 벌집의 30–90%가 원인을 알 수 없이 많이 손실되었다고 보고하기 시작했습니다.

벌통 안에는 여왕벌과 애벌레가 남아있었고 충분한 먹이(꿀과 꽃가루)가 남아있었습니다. 그러나 벌집 근처에서 사체가 발견되지 않았고, 그야말로 일벌들이 순식간에 ‘실종’된 것이었습니다. 일벌이 사라진 벌 군집은 곧 종말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것을 군집 붕괴 현상(CCD: Colony Collapse Disorder)이라고 합니다. 사체가 없으니 원인을 규명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미국 정부 산하 기관인 EPA(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는 아래의 네 가지 가설을 세우고 원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새로 출현한 병원체
  • 꿀벌 기생충
  • 환경적, 영양적 스트레스
  • 살충제

한국의 꿀벌 실종은 CCD 인가?

위에서 설명한 대로 모든 꿀벌의 폐사가 CCD를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에 지난겨울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접근으로 원인분석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만난 어떤 양봉가분은 실제로 지난 겨울 꿀벌들이 절반 이상 사라져서 올해 양봉을 포기하신 분도 계시고, 또 다른 양봉가분은 특정 기생충(가시응애)을 원인으로 지목하시면서 양봉 기술 부재, 기생충 구제 실패를 원인으로 확신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따뜻한 겨울

SBS 뉴스에서는 ‘따뜻한 겨울’을 큰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꿀벌들은 오랜 경험으로 취득하게 된 기온을 포함한 날씨의 패턴에 따라 행동하는데, 이번 겨울 그 패턴이 깨지면서 참사를 당하고 만 것이죠. 우리도 조금씩 피부로 느끼고 있는 기후 변화가 그 원인이라는 분석입니다.

복잡한 자연의 인과관계

과학적인 원인분석이 중요하지만 모든 것에서 1:1 인과관계는 없는 것 같습니다. 자연에서는 다양한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 냅니다. 꿀벌이 죽거나 사라지는 현상도 복합적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가장 큰 원인을 분석할 수 있지만 오로지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하는 현상에만 집중해 문제해결을 시도하다 보면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요인을 간과하게 되거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놓치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46513.html

지난 2년의 꿀 생산 흉년과 반전

우리나라 꿀 수확은 지난 2년이 지독한 흉년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꿀 산업 구조는 아카시아꿀 중심인데, 기후 변화로 아카시아꽃의 개화 시기가 변화하고 비가 내리는 등의 변화로 꿀 수확에 실패한 것입니다. 지난 2년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농가들은 올해에도 꿀 생산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올해 초 꿀벌의 집단 실종 사건 소식에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지요.

그런데 우려와는 다르게 올해는 매우 풍밀이라는 소식입니다. 지난 2년의 탄식과 반대로 성공적인 수확의 기쁜 소식이 들려 옵니다. 행복한 일이지만, 올 초의 소식과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아카시아 꿀 생산 풍년으로 아마도 올 초의 꿀벌 실종 사건은 빠르게 잊혀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좁은 구간에서의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았기 때문에 원인 규명과 해결을 위한 움직임이 덜 기민해질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매우 두렵습니다. 오랜 기간 큰 구간에서는 올해와 같은 반전이 의미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알아채지 못했을 뿐이지 ‘재앙은 서서히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출처] 재앙은 서서히 다가온다.|작성자 잇츠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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