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ey tasting set

어반비즈서울에서 아뻬서울을 지나 잇츠허니!까지

처음부터 꿀 브랜드를 만들 생각은 아니었다.

비씨커피를 하던 시절, 가게 근처 건물 옥상에 벌통을 두었다. 커피를 만들던 사람이 벌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꿀을 넣은 서울허니 카페라테를 만들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작은 메뉴 안에 다음 일이 거의 다 들어 있었다.

커피는 산지와 품종과 가공법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꿀도 그랬다. 꽃과 계절과 대지에 따라 전혀 다른 냄새와 맛을 가졌다. 커피를 설명하던 언어로 꿀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어반비즈서울: 도시에서 벌을 만나다

어반비즈서울은 2013년 무렵 시작된 도시양봉 조직이다. 나는 이곳의 활동에 참여하며 본격적으로 벌을 키웠다. 도시의 옥상은 생산 시설이면서 관찰 장소였다. 벌통을 열어 보는 일은 농사였고, 벌이 오가는 반경을 상상하는 일은 도시를 읽는 다른 방법이었다.

2014년 KTV는 어반비즈서울을 도시의 일자리와 환경을 연결하는 사례로 소개했다. 이후 어반비즈서울은 교육, 체험, 기업 협업과 도시 양봉장 운영으로 활동을 넓혔다. 2019년 매일경제 인터뷰와 2021년 한국일보의 ESG 인터뷰, 2023년 연합뉴스의 도시농부 기획에서도 그 과정이 기록되었다.

아뻬서울: 벌 이야기를 하는 공간

2018년 2월, 혜화동에 아뻬서울을 열었다. 아뻬(Ape)는 이탈리아어로 벌이라는 뜻이다.

아뻬서울은 어반비즈서울과 비씨커피를 운영하던 내가 함께 만든 카페이자 라이프스타일 숍이었다. 2018년 3월 정식 문을 열었고, 허프포스트코리아는 ‘서울 한복판에 도시 양봉가가 운영하는 카페’라고 소개했다.

손님에게는 카페였지만 나에게는 작업실이고 연구실이었다. 옥상에서 벌을 키우고, 도시에서 수확한 꿀을 맛보게 하고, 밀랍으로 굽는 까눌레와 허니 라테를 만들었다. 벌과 인간의 공존 같은 거창한 주제를 아주 작은 잔과 접시에 담아 보려 했다.

안트버트의 필름에는 그 공간을 운영하던 마음이 조금 더 날것으로 남아 있다. 가게는 사람을 계속 만나야 하는 곳이고, 말뿐 아니라 커피와 메뉴, 제품과 인테리어로 생각을 건네는 곳이었다. 노들섬에서 처음 벌통을 열고 손에 흐르는 꿀을 만났을 때의 희열도 이야기한다. 단순한 흥미가 일이 되고, 그 일이 다시 의미가 되어 가던 시기였다.

꿀벌처럼 몰두할 수 있는 일이 필요합니다 — ANTWORT

안트버트가 아뻬서울에서 촬영한 공식 인터뷰 필름. 몰두하는 일, 첫 수확과 공간을 통해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상한 몰두 — ANTWORT 02

안트버트 인터뷰의 두 번째 기록.

2018년 코리아타임스는 도시의 벌이 농촌의 벌보다 오히려 농약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아뻬서울 현장에서 다뤘다. 이후 한국관광공사와 여러 여행 매체가 이곳을 꿀 케이크와 커피를 맛보는 장소로 기록했다. 빌리브 인터뷰에서 나는 아뻬서울을 ‘벌이 중심에 있고 그 이야기가 확장되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빌리브 필름에서 나는 이곳을 ‘벌이 중심에 있고 이야기가 확장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처음부터 자연을 구하겠다는 사명으로 시작한 일은 아니었다. 그냥 좋아서 벌을 키웠다. 그런데 계속하다 보니 벌이 잘 살려면 꽃과 나무와 숲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작은 취향이 도시를 보는 관점으로 커졌다.

벌은 사람이 만든 길 대신 반경 몇 킬로미터의 하늘길을 다닌다. 그 시선으로 보면 서울의 언덕과 공원, 가로수와 작은 화단이 하나의 풍경으로 연결된다. 이 관찰은 나중에 꿀을 ‘대지의 자화상’이라고 부르는 잇츠허니!의 생각으로 이어졌다.

카페가 된 혜화동 허니 소믈리에의 작업실 — VILLIV

신세계 빌리브가 아뻬서울에서 촬영한 공식 필름. 공간, 벌, 도시와 좋아서 시작한 일이 생각을 확장하는 과정을 담았다.

빌리브 인터뷰 전문 읽기

잇츠허니!: 꿀을 편집하기 시작하다

공간에서 사람들에게 꿀을 건네다 보니 한 가지가 분명해졌다. 사람들은 꿀을 모두 같은 단맛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꿀에는 단맛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짠맛과 쓴맛과 신맛과 감칠맛이 있었고, 같은 장소의 꿀도 해마다 달랐다.

2019년 권도혁과 함께 잇츠허니!를 시작했다. 나는 런던의 Honey Expert–Sommelier 과정을, 권도혁은 UC Davis의 Sensory Evaluation of Honey 과정을 수료했다. 자격증을 벽에 걸기 위해서가 아니라, 꿀의 차이를 설명할 공통 언어가 필요해서였다.

Who is HONEY-MAN?

양봉가, 바리스타, 허니 소믈리에라는 여러 역할을 짧게 소개한 아뻬서울 공식 채널 영상.

브랜드 이름은 커스틴 홀의 그림책 《꿀벌의 노래》 속 마지막 합창, ‘Finally, It’s honey!’에서 가져왔다. 꽃을 찾아 나간 벌들이 긴 과정을 거쳐 마침내 꿀을 완성한다. 우리도 벌통에서 시작해 도시와 카페와 테이스팅을 지나 그 문장에 도착했다.

잇츠허니!는 로우 허니를 소개하고, 허니 테이스팅 수업을 열고, 꿀과 음식의 페어링을 실험했다. 인퓨즈드 허니와 허니 티, 스파이시 허니처럼 꿀을 다른 재료와 연결했다. 순수한 꿀을 판별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꿀이 새로운 창작의 재료가 되게 하는 일. 나는 그것을 ‘꿀을 편집하는 일’이라고 불렀다.

밀랍 담금초 만들기 기록

꿀벌이 만든 밀랍을 옛 방식의 담금초로 바꾸는 과정. 잇츠허니!의 재료 실험을 보여주는 작업 기록.

꿀 빠는 인생 — Days Like Bees of HONEYMAN

아뻬서울과 잇츠허니!를 오가며 일하던 시기의 일상을 담은 공식 채널 기록.

2020년 중앙일보 영문판은 아뻬서울에서 우리 둘을 인터뷰했다. 같은 해 ‘대지의 자화상’ 시리즈의 DMZ 꿀은 벌이 인간의 경계선을 모른다는 사실을 한 병에 담았다. 우리가 갈 수 없는 곳을 벌은 자유롭게 오갔다. 꿀은 땅의 맛이면서 땅의 이야기였다.

결국 같은 일을 하고 있었다

어반비즈서울에서 벌을 배웠다. 아뻬서울에서는 벌 이야기를 공간과 메뉴로 번역했다. 잇츠허니!에서는 그 경험을 제품과 수업과 언어로 편집했다.

이름은 계속 바뀌었지만 결국 같은 일을 하고 있었다.

잘 보이지 않는 것을 가까이 가져오는 일. 익숙해서 아무 생각 없이 먹던 것을 다시 맛보게 하는 일. 벌 한 마리의 동선을 따라 도시와 농업과 사람의 관계를 다시 보는 일.

대단한 운동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옥상에 벌통 두 개를 올렸을 뿐이다. 그런데 벌들은 생각보다 멀리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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